본문 바로가기
끄적끄적

한 아이가 과외를 그만뒀다

by 공부방쌤 2016. 10. 28.

오늘은 한 아이에 대해서 한번 적어볼까 한다.

 

공부방 시작 초기에 만났던 아이라 나름 애정을 가지고 시작했던 것 같다.

원래는 공부방에 아이들이 와서 수업을 받는 형식이어야 하지만, 지인의 소개로 시작된 과외다 보니 차를 몰고 20분 정도 가야하는 거리에서 시작했다. 과외비를 조금 더 받을 수 있기도 했고 초창기에 아무래도 이것저것 가릴 상황이 되지 않아 시작했다.

 

나름 과외 경력도 제법 되고, 사회 생활도 적지 않게 했던 터라, 첫 방문에서 이미 그리 넉넉치 않은 환경에서 시작하는 과외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지인의 소개로 시작된 입장이고, 첫 중1 아이였기 때문에 열정을 가지고 수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수업을 조금 진행하다보니 먼가 느낌이 이상했다.

 

너무 단순한 개념조차 아이는 이해를 못하는 것이었다. 어느정도 개념이냐면, x가 2개 곱해지면 x의 2승이다. 그럼 x가 세번 곱해지면 x의 몇승인가... 그렇게 그 아이와 나의 시간은 시작되었다. 여담이지만 사실 나는 아직도 이 개념을 20분간 이해하지 못했던 아이의 사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시작된 첫 만남 이후 오랜 시간 남모를 속앓이도 많이 하며 시간이 흘렀다. 중간에 어머니와 대화도 많이 하며 아이의 상황을 조심스레 알려드렸었다. 예상은 했지만 어머니는 아이의 상황을 알고 있었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무리를 해서라도 과외를 통해 조금의 개선을 기대했던 것이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아이가 이것저것 느리긴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즈음까진 참 밝은 아이였는데, 부모님이 모두 바빠 신경을 못쓴 사이에 왕따를 당한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밝게 웃으며 아이들과 잘 지내던 아이가 그 일 이후엔 점차로 말 수도 줄고, 학습능력 또한 더욱 떨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나 또한 마음이 먹먹하기만 했다.

 

 

중간 중간 수업을 하며 답답함에 화를 내기도 하고, 좋은 말로 더욱 노력해야 하는 자신의 상황을 알려주고자 노력했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그 시간들이 아이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의문이 든다. 결국 오늘 마지막 수업에서 이미 수개월전 익혔고 학교에선 시험까지 치뤘으며 적게 잡아 10번은 넘게 설명했던 수학 개념들이 전혀 남아있지 않음을 확인하고는 어머니께 연락해 과외를 그만할 것을 권했다.

 

 

사교육을 '업'으로 삼고있는 입장에서 편안히 소득을 늘려나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무언가 마음의 씁쓸함을 견뎌내기 힘들었던 것 같다. 중간 중간 아이에게 책을 선물하기도 하고 문제집도 어머니께 따로 이야기 안하고 사서 주기도 하며 나름 애정을 쏟는 시간들도 있었는데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는 시간을 잠시 늦출 뿐이었다. 스스로를 교육자라 칭하기엔 참 민망한 나 자신이지만, 오늘 작은 교육자로서의 씁쓸함을 가지고 잠을 청하게 된다.

 

 

그래도 아이와 교감하며 좀더 나은 길을 가르쳐 주고 싶었고, 삶에서 꿈을 찾아나가는 길을 돕고 싶었던 나였는데,,,

 

오늘의 아쉬움은, 짧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