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 운영이 해를 넘어갈 때마다 많은 학생들을 만나는 것은 때론 기쁨이기도 하고, 때론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기쁨인 이유는 아이의 학업을 보조해가며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고, 부담이라는 것은 그렇지 못함에 대한 스스로의 자책에 대한 것이다.
1년을 평균 잡아 생각해보면, 대략 5~6명의 학생이 새로 들어오고, 1~2명의 학생이 그만둔다. 이 아이들을 모두 마음에 두려고 노력하지만 막상 가르치는 입장에선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어쩔 수 없이 잘 따라오는 학생에게 마음이 더 가고, 그렇지 못한 아이에겐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게 갈 수 밖에 없다. 이는 선생님마다 차이는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다른 원장님은 오히려 부족한 아이에게 더 마음이 간다고 한다. 나로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좀더 많은 것을 주고 이해시켜주고 싶은 성급한 나의 마음 때문에 그러기엔 쉽지 않다.
처음엔 이 부분이 참 어려웠다. 방학이 시작하거나 새학기가 시작해서 새로운 학습을 시작하려 할 때, 아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이 내용을 모른다는 것이지만 동일하게 모르는 내용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속도와 능력은 상상이상으로 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분수가 나오면, 어떤 아이는 대략적인 예시를 통해 분수의 개념을 설명하면 기초적인 응용문제까지 쉽게 해결해 낸다(나는 이 정도 수준이 보통수준이라고 본다). 그러나 또 다른 아이는 분수의 기본적인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1주일이란 시간을 써야 했다. 물론 다음주가 되어선 배운 내용의 절반을 까먹은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이렇듯, 아이들의 개인차가 크다는 것을 인지하고 고민이 된 것은, 부족한 아이에 대한 것이 아니라 보통수준 이상의 아이에 대한 것이었다. 동일한 시간에 해당 개념을 충분히 이해한 아이에게 다른 친구들처럼 기본문제 중심의 기초서를 가지고 가르치기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아이들마다 문제집을 다르게 쓰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방학 때는 모두가 기초 개념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동일한 교재를 가지고 수업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학기 중에는 4개월이라는 시간은 충분히 긴 시간이고, 어느정도 수학적 사고력을 갖춘 아이는 문제집 1권 정도는 쉽게 풀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이 아이에게는 일반적인 아이들이 쓰는 난이도 중하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중상 문제 비중이 높은 문제집을 사용하는 것이다. 혹자는 아이들에게 실력별로 차이를 두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고민할지 모르겠는데, 아이들은 문제집 마다의 난이도를 모른다. 그냥 아이들은 그날 그날 몇장 풀었는지에 대해서만 고민할 뿐이다.
이런 방법은 영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현재 내가 쓰는 영어 교재는 시리즈로 되어있는데, 시리즈는 단계별로 난이도가 점증하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특히 영어는 아이들이 이전에 공부한 양에 따라 실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특히나 다른 교재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을 내리면,
영어, 수학 혹은 논술 등에서 아이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첫 단계는 교재 선정인데, 아이의 실력에 맞춘 교재를 선정하게 되면 좀더 수월하게 아이의 실력을 올려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충분히 다양한 교재에 대한 이해나 경험이 선행되어야 가능하다. 물론 수십 종의 교재를 다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한 과목에서는 난이도 별로 3~4 단계 수준의 교재 분류는 이해하는 것이 좋다. 초보 원장님이라면, 두려워하지 말고 시중의 괜찮은 교재 여러 개를 아이들 학년별로 다양하게 써보고 경험을 쌓는다면 이 또한 어려운 일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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